“2월, 스프링캠프로 떠나자” (제민일보. 08년.02.05)




나는 2월을 스프링캠프라고 부르고 싶다. 아이들은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하였다. 아니 지금쯤이면 다시 2월 봄방학을 할 시기이다. 겨울 방학 내내 아이들은 아침 늦게 일어나 세수도 안하고 양치도 안 한 체 뒹굴뒹굴 거리다 티격태격 싸우곤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한심하지만 폐인 모드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 귀엽기도 하다.


삶은 수많은 굴곡을 만들며 흘러간다. 폐인처럼 보낸 시기도 있었으며,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산악인처럼 악을 쓰며 사는 시절도 있었다. 또한 길을 잃고 방황하며 쓸쓸한 여행자처럼 사는 시기도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삶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 집중적인 자기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를 우리는 인생의 스프링캠프에 비유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지난해는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였다고 생각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40분을 날아갈 때면 그 지역으로 배트와 글러브를 매고 합숙훈련을 떠나는 야구 선수나 된 것처럼 비장함과 야릇함이 교차했었다. 도서관을 운영한 지 4년 만에 보다 전문적인 도서관 관련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지만 그 두 바퀴가 다 같이 튼튼하다면 인생의 험난한 길도 갈 수 있겠다는 깨달음에서 나는 스프링캠프로 출발했었나보다. 목요일, 돌아오는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 몸은 천근만근 피곤하다 아우성친다. 하지만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나의 정신력과 충천한 의기를 느낄 때면 스프링캠프에서의 집중 훈련과 공부의 상기된 에너지가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분주한 공항에서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피아노 선생님이었는데 매주 토요일 음악교수법을 배우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떠난다고 하였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을 가르쳐 왔는데, 자신만의 교수학습법을 배우고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하였다. 10여 년 동안 가르쳐왔던 박자 훈련이, 또는 음악 감상이 새로 배우는 교수법을 통해서는 얼마나 크게 확장되고 효과적으로 스며드는지 깨달으면서 매주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일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하였다.


폐인 생활을 즐기는 저 아이들. 방학 내내 뒹굴 거리는 저 아이들의 행동이 참으로 소중하다고 여긴다.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불어 온 몸에 눈을 흠뻑 맞아 본 겨울나무가, 차가운 겨울비를 흠뻑 맞아본 여린 꽃이 봄을 향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어서는 것이 삶의 순리이다.


2월,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 느낌을 주는 달.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 2월이 시작되는 아침마다 나는 스프링캠프로 떠나볼 것이다. 그러면 쫄레쫄레 내 뒤를 따르는 어린이들. 2월 내내 우리 도서관에도 아이들이 북적북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임기수·설문대어린이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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