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방학을 보냅니다. 좀 게을러지고 시간에 관대해지다 보니 하루가 초고속 스피드로 가는 것 같습니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들과 투닥거리게 되고 별거 아니다 넘어 갈 수 있는 일들을 가슴 아프게 꼭 찝어내는 얄미운 엄마가 되고 있습니다. 제 할 일을 계속 미루는 딸과 어젯밤은 한 판 붙었습니다. 일방적인 엄마의 펀치였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서 딸이 엄마에게 한 말로 게임은 끝났습니다."나는 엄마랑 있을 때 제일 불편해!" 그리곤 방으로 가는 겁니다. 갑자기 마음에 불이 번쩍 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딸이 나에게 불편하다고 생각할 만큼 엄마가 엄마다운 노릇을 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멍해지고 그 아이에게 쏟아냈던 비수같은 말들이 얼마나 초라해지는지....그런데 조금 있으니 "엄마...엄마.."하는 겁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으나 대답하지 않은 엄마가 이상했던지 방에서 나온 아이가 뒤로 안습니다. "엄마,,,미안해요. 엄마한테 말하고 나서 나 미안했어요. 엄마가 내 곁에 없으면 불안해요. 엄마를 슬프게 해서 미안해요." 진심을 알면서도 말이라는 게 얼마나 감정을 가지고 노는지 어린 딸에게 배웁니다. 깊이 안아주고 엄마도 미안하다 말했습니다. 
도서관 봉사가 있어서 아침에 나오는데 부시시한 머리에 눈꼽도 살짝, 더웠는지 윗옷도 벗은 아들이 손으로 하트를 날립니다. 딸은....여전히 이불속에 있지만 "엄마, 알아서 할게요." 합니다 . 얼마전부터 끓여보기 시작한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동생이랑 학원도 갔다 올거라고. 도서관 책정리를 하다가 책표지 아이의 모습에 홀딱 반했습니다. 개구지고 해맑은 표정,  깔깔거리는 웃음이 마구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생각이 났습니다. 온갖 곤충들을 통마다 잡아놓고, 나무에 올라가 벌러덩 누워있고, 커다란 상자만 보이면 이불이며 인형이며 모두 들여놓고 한가운데 누워 세상을 가진 아이의 모습이란. 놀이터 모래에 구멍을 파서 함정을 만들어 놓고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빠트리던 녀석, 쓰러진 나뭇가지며 구멍 뽕뽕 뚫린 나뭇가지를 보물처럼 안고 오고, 사 놓고 보면 얼마 안 있어 사라져버리는 일회용 반창고(만병통치약..), 친척이 왔다가고 난 자리, 그 허전한 어깨를...
"사랑하는 아들아, 널 보면 알겠구나. 지금의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늦기전에, 그리고 더 빨리 지나가기 전에, 아이의 두려움 없는 도전을, 서두르지 않는 여유를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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