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회운동본부 "희망의 작은 도서관" 후속지원사업에 우리 도서관이 선정되어 300여권의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의 이름들입니다.

 

                     도서 구입 목록

도서명

출판사

아버지가 남긴 돌 고인돌

웅진주니어

이제마

아이세움

키워드 한국사 1

사계절

키워드 한국사 2

사계절

표해록

알마

울지 마, 꽃들아

보림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

푸른숲

조선왕실의 보물 의궤

토토북

미리 가 본 국립중앙박물관

한림출판

한겨레 옛이야기 세트 2

한겨레아이들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제주 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한겨레아이들

겨레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 (전 5권)

소년한길

양쯔 강 소년

개암나무

삼국지 이야기 (전 5권)

웅진주니어

나라얀푸르 아이들

창비

붉은 땅의 기억

문학동네

사기

풀빛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전 12권)

주니어김영사

위대한 비행

다산기획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시공주니어

상형 문자의 비밀을 찾아서

비룡소

별을 헤아리며

양철북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웅진주니어

패션, 역사를 만나다

창비

집으로 가는 길

개암나무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한겨레아이들

물에 쓴 글씨

다림

보자기 유령 스텔라 1

을파소

최인호의 청소년 유림 (전 6권)

파랑새



도서명

출판사

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 (전 24권)

파랑새

Why? (전 30권)

예림당

6학년 1반 구덕천

현암사

그 숲에는 거북이가 없다

양철북

기억할게요 

맑은가람

나비가 전해 준 희망

베틀북

내 친구 이크발

영림카디널

내일을 빼앗지 말아요!

크레용하우스

너, 그거 이리 내놔!

비룡소

너는 내 사랑이야

주니어김영사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어린이작가정신

노란 샌들 한 짝

맑은가람

다름이의 남다른 여행

우리교육

도둑

한겨레아이들

동물들의 동맹파업

두레아이들

레닌그라드의 기적

다림

마코토의 푸른 하늘

아이세움

매기와 초콜릿 전쟁

초록개구리

벽이

낮은산

별의 눈

보림

불꽃머리 프리데리케

한길사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

보리

버림받은 개의 슬픈 이야기

도담도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

비룡소

사랑해요엄마

도담도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한울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시공주니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이야기

채우리

슬픈 란돌린

문학동네

여자 아이, 클로딘

바람의아이들

용이 걸어오는 소리

창비

우리 마을에 전쟁이 났어요

맑은가람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샘터

우리들만의 규칙

주니어랜덤

우리에게 사랑을 주세요

마루벌

울지마 샨타!

주니어랜덤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비룡소

전쟁과 아우

은나팔

주먹곰을 지켜라

우리교육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

도서출판다른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푸른숲

하늘을 달리는 아이

도서출판다른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

책그릇

할아버지의 비밀 선물

시공주니어

할아버지의 뒤주

사계절

헨리의 자유 상자

뜨인돌어린이

도서명

출판사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낮은산

교환학생

동녘출판사

꽃섬고개 친구들

검둥소

또 다른 아들

검둥소

뚜깐뎐

푸른책들

마녀 사냥

보림

손수레 전쟁

도서출판다른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계절

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요헨의 선택

풀빛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알마

이름 없는 너에게

창비

인도의 딸

내인생의책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나

비룡소

청구회 추억

돌베게

피기스의 전쟁

웅진주니어

하늘은 이어져 있다

낮은산

꽃들에게 희망을

시공주니어

 

 

 

 


[책읽는 경향] 제주에서- ‘아버지와 딸’

 

유채꽃 향기가 온 섬을 물들일 때 아버지는 그 꽃 속에 있었고 아카시아 꽃향기가 한라산 중턱을 물들일 때도 아버지는 집 대신 그곳에 있었다. 아버지는 벌을 키워 꿀을 따내는 양봉업을 하셨다. 자식보다 꿀벌들을 더 생각하는 듯했고, 집보다 한라산 야생의 들판을 더 편안히 여기시는 듯했다.

 

 

 

그런데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꿀벌가족들은 따뜻한 우리집 앞마당으로 내려왔다. 1년 중 가장 긴 시간을 아버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기간이었지만 아버지는 늘 무표정하고 말이 없으셨다. 그래서 유년시절의 나는 늘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웠다.

지금 나는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고, 꿀벌가족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를 아주 멀리까지 마중갔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표현이 서툰 아버지는 최상품 꿀이 가득 들어있는 병을 살며시 내미는 것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대신했던 것 같다. 더불어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자기 곁에 항상 있는 꿀벌들에게 대신하며 살았음을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아버지와 딸’(미카엘 듀독 드 빗 글·그림, 새터)을 읽으며 나는 가슴 시리게 그리운 사람,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 책은 단편 애니메이션 ‘father and daughter’를 감독 자신이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절제된 문장 속에서 어릴 적 떠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평생 그리움을 가슴 속에 묻고 사는 딸의 마음을 기묘하게 쓸쓸한 느낌과 아름다운 배경 그림으로 표현했다. 쇠붙이 같은 현대사회에 ‘우리가 진정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게 한다.

〈임기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부산일보 2008-11-21] 걸어서 도서관에 놀러가는 아이



[일기] 걸어서 도서관에 놀러가는 아이

우리 집은 두 개의 시립 도서관 사이에 있고 또 인근 대학 도서관이 일반 시민에게도 책을 대출해 주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이래저래 도서관 갈 일이 많은데 시립 도서관에는 오후나 휴일이면 어린이를 동반한 어른들도 눈에 많이 띈다. 어느날,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온 엄마에게 보기 좋다고 했더니, 걸어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아이가 혼자 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엄마가 직장에 다니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는 아이들은?

아이가 혼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도서관이 있는 도시, 부산이 그런 도시였으면 좋겠다. 뜻있는 개인들 몇이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 본다. 어저께 들른 작은 도서관도 지역 주민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각종 독서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2층 다락방, 구석방, 혹은 작은 텐트 안에서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도서관도 놀이터였다. 1년에 2천만원이면 유급 사서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이 혼자 걸어서 도서관에 놀러 가게 해주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이 바보가 아닌가 싶었다. 배유안/동화작가

* 평일 설문대도서관으로 발길하는 아이들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동네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은 설문대의 맘을 알아주는 글귀가  책놀이터도서관에 들렸더니 있더군요 그래서 퍼왔습니다.
 

                           지금 희망은 준비되어야 한다. 
              

                                                                                        2009년 02월 10일 (화)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
 

학교가 끝나는 시간, 추운바람을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아랫목에 묻어둔 반들반들한 삶은 달걀 하나를 형들 몰래 건네 주셨다. 막내아들에게만 특별히 주시던 어머니 사랑의 덤이었다.


겨울이 되면 암탉은 부뚜막에 알을 낳았다. 부뚜막 구석진 자리에 지푸라기가 깔리고 보금자리가 마련되면 암탉은 늘 그곳에 알을 품었다. 암탉이 알을 낳는 동안 어머니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부엌일을 하면서 중얼 거리곤 하셨다. "느가 거기에 알을 낳는 것도 느 팔자, 나가 알을 우리 새끼들한테 멕이는 것도 나 팔자여"지금 생각하면 암탉이 소중하게 낳은 알을 날름 먹어버리는 어머니의 미안한 심정을 팔자타령으로 덜어보려 하셨던 같다. 그 후 신식부엌으로 개량 되고 더 이상 우리 집에서 암탉을 기르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어머니의 알을 먹으면서 자라났다. 아니 암탉이 그곳에다 낳아 놓은 알을 먹으면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어른이 된 다음에도 고향집에 가면 부뚜막이 있었던 자리, 찌푸라기가 깔렸음직한 그 자리에 눈길이 가며 마음이 쏠린다. 따뜻하고 포근하였을 그 자리. 바로 그곳은 내 유년의 부화장인 셈이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지금의 나는 암탉처럼 포근한 부뚜막의 한자리에 앉아 아이들을 위한 알을 낳고 있다.


30평 남짓한 이 작은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삶은 달걀을 건네주는 마음으로 책을 한권 권해 준다. 찬바람을 이기고 잘 왔다고 다독여 준다. 오늘 여기에 온 아이들이 이 작은 도서관을 마음속에 오래 오래 품게 된다면 녀석들에게 이곳은 내 어린 시절의 부뚜막 같은 유년의 부화장이 되겠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살지고 영양가 넘치는 달걀을 생각 하겠지. 아니 한권 책을 생각 하겠지.


전국적으로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산파 역할을 했던 도서관 몇 곳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 어렵게 공간을 이끌어 오다 건물 임대료, 운영비의 조달 등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우리 도서관도 다르지 않다. 관리비 인상, 공간을 비워달라는 압력 등의 문제로 희망이 넘쳐야 할 새해부터 마음이 무겁다.


당장 겉으로 절감을 하고 예산을 줄이는 곳으로 도서관이나 문화 공간이 지적된다면 이 아이들은 자라서 어느 곳을 유년의 부화장으로 기억할 것인가? 매일 먹는 음식만이 보약은 아니다. 마음이 쉴 곳. 작은 도서관은 아이들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을 낳기 때문이다.


                                                                                                                               임기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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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주말 학교에서 어린이와 더불어 평생을 독서 교육을 해 오신 여희숙 선생님을 모시고 독서 강연회를 열었다. 자신을 책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소개하면서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책 읽어라 하신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몰래 몰래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책을 못 읽게 했더니 아이들이 궁금해 죽겠다며 책을 읽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독서 운동이니 책 잔치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일회적이고 보여주기 식 교육인지를 꼬집는 말씀처럼 들렸다.

우리 집 마루에는 책이 많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습관처럼 책을 사들이다 보니 이제는 어엿한 도서관 분위기가 난다. 책장 사이에서 자기를 봐달라고 손짓하는 책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서는 지금까지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집안에서 아이들이 책에 파묻히게 만들고 싶었던 생각, 집안 어디를 둘러보아도 책이 있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책을 읽게 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혼자만의 이런 행복한 상상은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점점 망상으로 변해 가는 것만 같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주어진 듯한 책에 대한 인상은 아이들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으로 책을 바라보게 만들고, 책을 읽는 일이 마치 버거운 숙제를 하나 해치워야 하는 표정을 하게 만든다. 자기 주도적 책읽기가 빠진 자리에는 정말 지겹게 죽어가는 마지 못하는 책읽기가 들어서는 것이다.

또한 여희숙 선생님의 강연 중 가장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책을 혼자 읽는 것은 자기 혼자 잘 생각하고, 잘 나갈 수 있지만 함께 읽어 토론하는 것은 타인을 끌어당기는 책읽기가 된다고 말씀 하신 대목이다. 토론을 어려운 말싸움 정도로 생각해 오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20여 년 간 해 오신 교실 토론 수업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는데 짧은 시간이라 아쉬웠지만 선생님이 쓰신 <토론하는 교실>을 통해 꼭 토론 수업의 참 맛을 느껴보고 싶다.

토론은 6단계가 있다고 한다. 처음은 주제를 정한다. 둘째는 그 주제에 대한 결론을 밝힌다. 셋째는 결론을 말하는 이유를 대야 한다. 넷째는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는 상대방의 반론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핵심 주장으로 반론을 꺾을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는 총정리를 하면서 대안과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6단계에 관한 것은 누구나 아는 바이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이었던 내용은 혼자 책 읽는 아이들은 4단계까지만 할 줄 아는 사람은 논리적인 사람이 된단다. 5단계에서 반론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알고 반론 꺾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이란다. 6단계 정리하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창조적인 사람이란다.

나는 지금 어느 계단에 서서 아이들과 책을 읽었는가 깊이 되새겨 본다. 더불어 여러분은 어느 계단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지요.

2008년 12월 31일 (수)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                                   임기수(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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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8일 (화)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

14년 만에 집이 쑥대밭이 되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 자리를 지켜오던 살림살이들이 밖으로 추방당하고 모든 것들이 재배치되는 난리를 치렀다. 봄도 아니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늦가을에 웬 부산을 떠느냐고 궁금해 할 것이다.

이유는 바로 두 아들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죽순처럼 커가는 큰 아들과 위쪽보다는 옆으로만 퍼져나가는 작은 아들에 비례해서 집은 너무 작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 방이 따로 없어도 지금까지 불평 한마디 없는 두 녀석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제 곧 사춘기로 접어들 이들에게 자기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아빠로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 며칠 동안의 난리 통을 겪고 나서 드디어 비록 작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들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들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가져본다. 초등학생 때는 우리도서관에 매일같이 책을 보러 오던 녀석들이 중학생이 되자마자 무슨 큰 벼슬자리라도 생긴 것처럼 도서관 발길을 뚝 끊어버린다. 길거리에서라도 아는 녀석을 만나면 반가움에 왜 도서관에 안 오느냐며 내가 보고 싶지 않은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공부 때문에 바빠요. 학원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허망함과 쓸쓸함을 느낀다.

지금 아이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유아와 초등학년 시기에는 강요든 아니든 넘쳐나는 책과 부모들의 독서환경 배려 덕택에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던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는 것에 비례하여 즐기는 책읽기 대신 독후감과 시험, 논술에 대비하는 의무감으로 가득 찬 책읽기, 보여주기 위한 책읽기로 변해간다. 이 모든 과정들을 아이들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교육 정책을 주도해오는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너무 큰 것 같다.

몸은 점점 성숙해오고 지적능력도 점차 커지는 시기인데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고민을 하지만 정작 이런 것들을 해결 할 기회나 공간이 없다. 이제 어린이들이 누리는 혜택을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돌려주어야 하고, 이들이 마음 편히 찾아 올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주어 할 때인 것 같다. 딱딱한 칸막이로 막힌 일반 공공도서관의 열람실을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서 책과 함께하고 지식습득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진정한 토론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간. 바로 청소년도서관이 필요한 때이다.

더 이상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광장>이 독후감과 수능을 위한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책읽기가 아닌, 이 책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넉넉한 가슴을 가진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게 말이다.
                                  
                                                                            임기수(설문대도서관장)

 

  습관에서 벗어나기               (제민일보.08년 08월26일)




요즈음 쉽고도 어려운 일을 하는 것으로 하루가 재미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그림책을 보는 일이다. 그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책이라 유아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보면 볼수록 어렵고 수수께끼 같은 요상한(?) 책이니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뺏기고 있다. 그림책에 한번 빠져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림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잘된 그림책 일수록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준다.

책에서 글과 그림이 함께 있을 때 글을 아는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글을 먼저 읽고 그림은 대충 훑어보고 지나간다. 그러나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글에는 눈길도 안주고 그림 장면 하나하나에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지어낸다. 그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일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어른들에게 종알종알 재미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어차피 관습에 젖어있는 나 스스로도 그림책이 주는 매력에 빠져 본다고 의식적으로 글은 안보고 그림만 보려고 무던히도 애써보았다. 그러나 매번 실패다. 습관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금까지 노력의 산물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짠해지는 그림책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글 없는 그림책 '도착 (숀텐. 사계절)' 이다. 작가는 책 설명서에 '글은 우리의 주위를 끄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고, 글이 없을 때 하나의 이미지는 더 여유 있는 개념적 공간을 가질 수도 있고, 독자의 관심을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글이 있다면 독자는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설명글에 의해 상상력을 지배당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다.

글을 읽지 않고도 감동과 재미와 마음이 짠해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혜택들을 아이들이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럽기만 하다. 우리 어른들이 하고 싶어도 좀처럼 하지 못하는 즐겁고 신나는 그들만의 세계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용기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익숙해져있는 습관에 젖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한번쯤은 원칙을 무시하고 파격적인 역발상과 어린이 같은 상상력으로 모든 사물과 세상사를 바라보는 것도 바쁘게 사는 우리 어른들에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임기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믿고 기다리기           (제민일보. 08년7월15일)


방학이 다가온다.

"선생님! 이 책 있어요?"

종이 한 장을 들고 뛰어오는 엄마가 보이면 '음, 학교에서 권장도서목록이 나왔구나.' 하고 짐작한다.

도서관을 찾아오는 부모님 대부분은 아이들이 읽을 책을 골라 간다. 자기아이에게 맞는 책과 재미있는 책을 고를 줄 아는 부모님들을 만날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책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사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며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아이들 스스로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아이들에게 부모가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게 좋을까?

스스로 자기가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은 아이가 자기에게 맞는 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아이들 스스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책을 고를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 대한 선택권은 너무 흥미위주로만 책을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부모로써 여러 가지 걱정이 보태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적당히 중간에서 타협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아이가 빌리고 싶은 책 두 권, 부모님이 권하고 싶은 책 두 권으로 정해두는 건 어떨까? 어려움이 있다면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볼 때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이다'라고 보일지 모르지만 그네들은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잠재 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능력들을 어른들의 잣대로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우리 도서관에 날마다 오는 아이가 있다. 부모님이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도서관 에 있는 시간이 제법 긴 편이다. 처음에는 만화책을 들춰보거나 그냥 빈둥거릴 때가 많더니 어느 때부턴가 자기 스스로 책을 고른 다음, 한쪽 구석진 곳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다. "낄낄"대며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책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것이다.  그 아이의 표정으로, 행동으로 읽을 수 있는 변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이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가장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믿고 기다리기'가 아닐까?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기다려 주기엔 진짜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며 실패하고 성공할 기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임기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감자밭을 가꾸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제민일보. 08년06월10일)


토요일이면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아이들이 있다. 생글거리는 얼굴들을 보노라면 덩달아 즐겁고 반갑다. 일 년 가까이 꾸준히 책을 빌려가는 한 여자아이가 몰고 온 아이들이다. 초등 5학년들이니 대화도 통하고 도서관 도우미 역할까지 해주니 무척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친구들과 점심을 같이 먹을 기회가 있으면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음식을 주문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 관해서는 절대로 양보가 없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빨리 나오는 음식으로 통일해서 주문해도 되련마는 이 순간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한번은 아이들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내키는 대로 주문했다가 뒤따라오는 원망과 눈 흘김에 진땀을 빼었다.

 먹는다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 모두에게 주어진 신성한 권리이다. 한두 번의 의식이 아닌 날마다 반복되는, 어쩌면 생명과도 직결되는 엄숙한 의식인 것이다. 더불어 먹는 일은 즐거움이다. 유기농 음식이든 인스턴트식품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서 먹는 즐거움은 그 누구도 강요 하거나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신성한 권리와 즐거움을 동시에 빼앗긴 우리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보면 먹는 문제의 소중함, 아니 위대함을 알게 된다. 먹는 문제는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가 되기도 할 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요즘 우리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감자밭, 아니타 로벨>을 읽어주면서 요즘의 세태를 깊이 생각해 본다.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났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작은 계곡에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아주머니와 두 아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감자밭을 일구며 살아간다. 그러나 평화롭던 그들에게도 전쟁의 그림자는 다가왔고 두 아들은 전쟁터로 나간다. 점점 치열해지는 전쟁 중에 두 나라에는 먹을 것이 남지 않게 된다. 두 아들은 각각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적군이 되어 마주친 두 형제는 또 다시 싸움을 벌여 집은 부서지고 감자 밭은 함부로 짓밟혔다.

폐허가 된 집과 쓰러진 어머니를 보고 비로소 두 아들은 울부짖는다. 그걸 본 모든 병사들은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흐느껴 울게 되고 어머니는 그들 모두에게 남은 감자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이 때 그림책의 장면은 검은 색 폐허의 색채에서 파란색 붉은색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감자밭으로 옮겨지며 희망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먹는 것의 중요성을 우습게보던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느라 애쓰는 것 같지만 해결책은 너무도 명료하고 간단하지 않는가. 먹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주지 말고 먹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되찾아 주면 되는 것이다. 먹을 것에 대한 신성한 권리를 외교적인 문제와 나라 경제 운운하는 논리로 설명하려 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다. 전쟁터에서도 어머니의 감자밭은 위대한 힘을 발휘하였다. 감자밭을 가꾸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행복한 화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 도새기 추렴 할 때의 정감 어렸던 모습과 제삿날 이웃마다 떡을 돌려먹던 기억들... 먹는 일은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은 공동체를 살리는 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임기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첫번째 문을 열며-잘 읽고 잘 듣는 힘 (제민일보. 08년04월26일)




금요일이다. 아침부터 바쁘다.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어떤 책을 읽어줄까. 어떤 활동을 할까. 행복한 고민들이다. 시골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책 읽어 주러 나가는 아침, 우리 도서관 풍경이다. 차를 타고 중산간 도로로 들어서니 벚꽃이 떨어진 자리에 푸른 잎사귀가 싱그럽다. 봄바람을 타고 있는 이파리들의 연한 몸짓에 유치원 아이들 모습이 겹쳐진다.

한두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활동은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번 갈 때마다 부산스럽고, 갈 때마다 두려운 것은 책을 통해 넓은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겠지만 새로운 책은 늘 처음이며 늘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다. 함께 가는 자원봉사 선생님들도 봄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재잘대지만 속은 모두 긴장하고 있음이다.

이 아름다운 길로 나설 때 우리가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하는 것은 재밌는 놀이도, 멋진 소품도 아니다. 가장 엄마다운 목소리, 가장 아빠다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아이들은 자극적인 영상 매체에 눈길을 주고, 화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편안한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아이들이 집중하여 귀 기울일 때 아이들이 집중하여 눈을 반짝일 때 책 속 이야기는 글자를 넘어 책을 넘어 아이들 마음속에 맛있는 음식이 되어 삼켜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가장 잘 읽어주고 가장 잘 듣는 것이 책읽기의 뿌리임을 나날이 깨닫고 있지만 요즘은 여러가지 면에서 조바심이 난다. 도서관에는 영어책을 찾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으며, 숙제인 독서기록장을 들고 와 책을 읽는 대신 수를 세어가며 기록하기에 바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흔히 학부모들은 별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떤 방향이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만히 지켜보면 우리 학부모들은 현명한 과정을 밟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글자를 알고 있을 때에도 읽어달라고 하면 그림책을 중심으로 반복해서 읽어주었고,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그냥 읽고 즐기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꾸며서 이야기해도 재미있다고 들어주었고, 좀 더 힘이 붙은 다음에야 추가 설명을 해주거나 확인 질문을 했다. 그 다음 단계에 독서록이나 독후감을 쓰도록 했고, 그 다음에 토론이나 논술과 연관시켰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속도와 경쟁의 바람을 타고 우리들은 아이 수준보다 너무 일찍, 기초 능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과정을 너무 빨리 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봄꽃이 떨어져야 초록 이파리가 돋아난다는 것이다. 기초 능력을 쌓을 시기를 놓치면 나무는 바람에 흔들거릴 뿐 실한 열매를 만들 수 없다. 매주 금요일 유치원에 발을 디디며 "가장 첫 번째 문을 열었다" 중얼거리며 들어선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장 기초적인 읽기·듣기의 힘을 나누기 위하여 이 문을 열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해 보는 아침이다.   <임기수·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도서관 악당의 반란, 책을 읽기 시작하다 (제민일보. 08년03월28일)



도서관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봄의 화사함을 느껴본다. 새 학기를 맞은 설렘으로 쫑알대는 아이들에게 같이 끼워 달라고 떼를 쓰고 싶지만 어쩐지 자신이 없다.


우리 도서관에 최고의 악당(?)이 있다. 일곱 살 때부터 도서관을 혼자서 기웃거리더니 이제는 완전히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이 녀석은 도서관은 조용히 책만 읽는 곳이라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며 도서관 문을 씩씩하게 열고 들어온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특유의 미소를 흘리면서 도서관 순례를 시작한다. 어차피 책에는 관심이 없다. 재미있는 장난거리를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혼자만 괜히 바쁘다. 이것도 싫증이 나면 책 읽는 형 누나들 틈에 슬쩍 끼어들어 슬슬 시비를 걸어보다 상대를 안 해주면 죄 없는 유아용 의자들을 깡그리 모아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발한 방법을 동원시켜 특제의자로 변신시켜 놓고 넉살 좋게 앉아서 논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이제 이 녀석도 1학년이 되었다. 요 며칠 전부터 이상한 행동(?)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1차 단계인 도서관 순례를 끝내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행동을 모두 생략 한 채 슬그머니 책을 꺼내더니 구석진 자리에 엎드려서 낄낄대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매일. 이 녀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짠해오는 느낌과 1년 가까이 신경전을 펼쳤던 이 아이에게 미안함마저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고집해오는 도서관 운영의 신념을 이 녀석을 통해 재차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책은 그저 재미가 없는 낡은 장난감정도의 개념이다. 어른들의 욕심에서 책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떠넘기고 읽으라고 강요하면 당연히 아이들은 책과 멀어 질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을 어른들은 잘 하지 못한다. 아이들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책 속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체면 불구하고 배를 잡고 뒤집어지는 모습. 낄낄대며 콧물을 흘리다 슬쩍 책장에 닦는 모습. 이런 모습을 어른들이 되찾는다면, 옆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책에 호기심을 느끼고 좋아하는 게임만큼 책도 재밌는 거라고 슬며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우리 도서관 악당처럼 아이들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머지앉아 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은 인내를 가지고 옆에서 지켜봐 주는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재밌게 책을 읽는 일을 지금 이 순간부터 하루 10분씩이라도 시작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임기수·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2월, 스프링캠프로 떠나자” (제민일보. 08년.02.05)




나는 2월을 스프링캠프라고 부르고 싶다. 아이들은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하였다. 아니 지금쯤이면 다시 2월 봄방학을 할 시기이다. 겨울 방학 내내 아이들은 아침 늦게 일어나 세수도 안하고 양치도 안 한 체 뒹굴뒹굴 거리다 티격태격 싸우곤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한심하지만 폐인 모드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 귀엽기도 하다.


삶은 수많은 굴곡을 만들며 흘러간다. 폐인처럼 보낸 시기도 있었으며,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산악인처럼 악을 쓰며 사는 시절도 있었다. 또한 길을 잃고 방황하며 쓸쓸한 여행자처럼 사는 시기도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삶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 집중적인 자기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를 우리는 인생의 스프링캠프에 비유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지난해는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였다고 생각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40분을 날아갈 때면 그 지역으로 배트와 글러브를 매고 합숙훈련을 떠나는 야구 선수나 된 것처럼 비장함과 야릇함이 교차했었다. 도서관을 운영한 지 4년 만에 보다 전문적인 도서관 관련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지만 그 두 바퀴가 다 같이 튼튼하다면 인생의 험난한 길도 갈 수 있겠다는 깨달음에서 나는 스프링캠프로 출발했었나보다. 목요일, 돌아오는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 몸은 천근만근 피곤하다 아우성친다. 하지만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나의 정신력과 충천한 의기를 느낄 때면 스프링캠프에서의 집중 훈련과 공부의 상기된 에너지가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분주한 공항에서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피아노 선생님이었는데 매주 토요일 음악교수법을 배우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떠난다고 하였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을 가르쳐 왔는데, 자신만의 교수학습법을 배우고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하였다. 10여 년 동안 가르쳐왔던 박자 훈련이, 또는 음악 감상이 새로 배우는 교수법을 통해서는 얼마나 크게 확장되고 효과적으로 스며드는지 깨달으면서 매주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일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하였다.


폐인 생활을 즐기는 저 아이들. 방학 내내 뒹굴 거리는 저 아이들의 행동이 참으로 소중하다고 여긴다.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불어 온 몸에 눈을 흠뻑 맞아 본 겨울나무가, 차가운 겨울비를 흠뻑 맞아본 여린 꽃이 봄을 향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어서는 것이 삶의 순리이다.


2월,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 느낌을 주는 달.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 2월이 시작되는 아침마다 나는 스프링캠프로 떠나볼 것이다. 그러면 쫄레쫄레 내 뒤를 따르는 어린이들. 2월 내내 우리 도서관에도 아이들이 북적북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임기수·설문대어린이도서관 관장>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제민일보. 07년 10월02일)



작년 9월 일본에 다녀온 후 나는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리는 병을 앓았다. 일본에서 우리말과 글로 교육과정을 이끌고 있는 민족학교를 다녀온 후의 일이었다. “뜨겁습니다”란 이름을 내건 젊은이들이 일본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우리책 보내기 운동과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큰 충격이었으며, 내가 직접 그 학교에 가서 수업을 진행하게 된 일도 큰 충격이었다.

올해 ‘우리학교’란 영화가 상영되면서 일본 내 민족학교는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나는 그 영화를 두 번씩이나 보면서 참 많이 반갑고 참 많이 슬펐다. 나의 충격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음이 반가움이었고, 함께 영화를 본 아들의 질문에 속 시원히 답할 수 없음이 슬픔이었다. “아빠, 왜 저렇게 힘들게 우리 말로 공부하는거? 편안히 일본 학교 다니면 되지.”

9월 12일 나고야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이번 방문에서는 꼭 그 답을 찾아내고 싶었다. 우리 일행이 찾아 간 곳은 나고야 공항에서 두시간 반정도 걸리는 중소도시 시즈오까에 있는 시즈오까 초.중급학교이다. 6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지고 전교생이 2,000명 가까이 되었던 학교가 지금은 전교생이 30명 남짓밖에 안된다. 작년에는 1학년이던 두 명이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반갑게 웃어준다. 그러나 올해 1학년엔 이름이 한 명도 없었다.

일본 정부로부터는 정식 학교 인가도 받지 못하였으며, 다른 학교보다 수업료도 많이 내어야 하는 조선학교를 보낼 수 있는 부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 흔히 재일 조선인들에게는 3개의 조국이 있다고한다. 태어난 일본, 대다수 할아버지,할머니들의 고향인 남한, 그리고 정신적 고향인 북한. 한반도가 분단된 후 재일 조선인들은 민족학교를 설립하게 되고, 남한과 북한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 때 손을 내민 것은 북한이었다. 이때부터 민족학교와 북한이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민족학교에 대한 지원을 줄이게 되고, 그에따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은 늘어나는 현실이었다.

아이들과 같이 송편을 만들고, 노래 부르고, 웃고 떠들면서 맑디 맑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더 잘 살기 위한 출세와 경쟁을 접고 자신의 참 모습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살아있는 눈동자는 강렬하였다. 무언가를 상실했던 경험을 결코 잊지 않고 지켜내려는 의지가 저 아이들의 눈동자 속으로도 전해졌음이 틀림없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다운 것들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있다는 반성이 통증이 되어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민족학교를 졸업한 저 아이들이 요즘시대의 성공과 처세의 승리자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다시 이 학교로 돌아와 후배와 후손을 위해 자신과 아비들의 삶을 살아있는 목소리로 전해줄 일꾼이 되리란 생각에 왠지 목이 메어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아들의 질문에 답할 충분한 대답을 찾지는 못하였으나 내 머릿속에는 이 구절이 떠나지 않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들은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물어오겠지...이 의문을 가슴 속에서 되새김질 해 볼 수 있는 것 역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며 그것이 곧 자기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제주공항, 낯익은 이 고향의 색깔과 바람과 공기, 그 속에서 민족학교 아이들과 함께 부르던 노래가 흘러 나오는 듯하였다.  


 비오는 날엔 비가, 눈 내리는 날엔 눈이/ 때 아닌 모진 바람도, 창을 들이쳐/너희들의 책을 적시고, 뺨을 때리고 할퀴고/공부까지 못 하게 만들어도/아이들아 이것이 우리학교란다/초라하지만 단 하나뿐인 우리의 학교/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니혼노 각코오 요리 이이데스.(일본학교 보다 좋다고요.)   

 

     희망의 도서관, 새 옷을 입다 (제민일보. 2007년 8월 28일)



어릴 적 만화방이 생각난다. 집안에 책이라고는 마을에서 배달되는 ‘새 농민’과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 문교부 마크가 찍혀있는 교과서 들 뿐이었다. 학교도 현실은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엄청난 흥행을(?)을 누렸던 ‘어깨동무’라는 잡지 이외에는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들은 많지 않았다. 이런 막막한 현실에서 나를 열광케 만드는 곳이 있었다. 바로 동네 할머니가 운영하는 만화방이었다. 독일군과 연합군의 전투장면, 북한 괴뢰군(?)의 탱크를 우리 국군이 수류탄 하나로 멋있게 폭파시키는 장면... 이 만화방은 나의 피난처, 나의 쉼터였다. 그 곳에 가기 위하여 나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지네잡기, 고사리 꺾기, 아버지 담배 심부름.. 나는 돈을 손에 쥐고 만화방으로 뛰어가곤 하였다.

 지금 아이들이 내 말을 들으면 콧방귀를 뀔 것이다. 집안에 넘쳐나는 책들, 책읽어주는 부모님, 학교의 뜨거운 독서교육 열풍.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엄청난 독서광이 되어 있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아이들 마음은 참 이상하다. 어른들이 책을 읽어라! 강요하면 절대로 안 읽는다. 그냥 보는 척 만 한다.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지 재미있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게임과 놀이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 세상을 모두 얻은 것같이 행복해 보인다. 당연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이하듯 게임하듯 스스로 책읽기의 재미를 찾아서 나간다. 단지 조금 더디게 갈 뿐이다.

 동네마다 내 어린 시절의 만화방 같은 작은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과 뒹굴며 놀 수 있는 공간 말이다. 마음대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몰래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몰래 눈물을 훔쳐내기도 하는 그런 곳 말이다. 내가 고사리를 꺾고 지네를 잡으면서도 달려가고 싶었던 만화방 같은 도서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곳에서 현실 너머의 희망을 꿈꾸었던 것 같다. 이 희망의 공간에서 나는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 도서관이 ‘희망의 작은 도서관’ 으로 선정되어 이 뜨거웠던 여름동안 새롭게 다듬어졌다. 8월 25일에 축하 잔치를 연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 스스로 자화자찬 하는 것 같아 약간 쑥스럽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공간이기에 당당하게 희망을 원하는 모든 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만화방에 오는 기분으로, 아이들은 책 더미 속에서 뒹굴 수 있는 책 놀이터에 오는 기분으로 찾아 와 주었으면 좋겠다.

 장례식장에서는 장례식에 맞는 옷을 입고, 결혼식장에서는 결혼식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우리 도서관은 2007년 새로운 희망의 공간을 위하여 새 옷을 갈아 입었다. 아직 그 옷의 색깔과 냄새와 형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옷은 많은 사람들의 땀과 사랑과 희망으로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엮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도서관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이 곳에 희망을 준 모든 분들께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이제 우리 도서관은 더욱 재미있고 소중한 공간으로 태어나야 한다.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늘 내 어린 시절의 만화방을 떠올릴 것이다. 만화방 할머니는 고구마도 삶아 주었고, 따뜻한 보리차도 준비해 주었다. 희망의 도서관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늘 넉넉한 할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겠다. <임기수/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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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 해지는 봄날,   이런 날은 책읽기에 더 없이 행복한 날들이겠죠.!!
  도서관에 새 책이 왔답니다.
  주문에 걸린 마을/주니어 랜덤,   마법학교/푸른숲,   개미와 물새와 딱따개비/시공주니어
  미친개/낮은산,   만약 내가 생쥐라면....../은나팔,   빨간늑대/베틀북,   내 웃음 어디 갔지?/청림아이
  내게 금지된 17가지/열린 어린이,   친구는 좋아/다산기획,   큰 늑대 작은 늑대/시공주니어
  거울 속의 아이들/아롬주니어,   도착/사계절,   내 꼬리/한솔수북,   새 보는 할배/사계절 
   생쥐를 초대합니다/다산기획,   아빠의 손/보림,   올리비아-환상의 악단/중아출판사
   까만 얼굴의 루비/웅진주니어,   도서관의 키운 아이/그린북,   비밀학교/열린어린이
   쿠키- 한입의 인생수업/그린북,   꽃가마 탄 호랑이/한솔수북,   단골손님/사파리,   메기의 꿈/웅진준니어
   마녀위니의 생일파티/비룡소,   작고 빨간 물고기/베틀북,   혹부리 할아버지/국민서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길벗어린이,   역사를 간직한 8가지 시조이야기/어린이 작가정신
   햄릿/보림,   끝없는 이야기/비룡소,   망태할아버지가 온다/시공주니어,  
   이 봄에 웃음을 잃어버린 친구는 꼭 '내 웃음 어디갔지?'를 읽어 보세요.    웃음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친구 사귀는 법을 잘 모르는 친구는 '친구는 좋아'라는 책을 권합니다.   '거울 속의 아이들'이란 책은 세계 곳곳에 있는 힘들고 어려운 친구들을 소개 하는 책이랍니다.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랄께요.   '도착'은 어른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난 환타지에 빠지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작고 빨간 물고기,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혹부리 할아버지, 마법학교, 비밀학교, 주문에 걸린 마을......'을 읽어보세요.    환상 속으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봄날 창 밖을 한번 보세요.   봄 꽃들이 여러분을 반깁니다.    이제.... 봄 속으로 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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