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 세이조

 

 

10월1일

 

" 나는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는 작가는 아닙니다.

 

다만, 생명의 느낌을 표현하려 애쓰는데,

 

그 부분에서만은 성공이라고 느낍니다."

 

 

- 다시마 세이조-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다시마 세이조는 올해 73세가 되었다.

항상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그림책을 선보인 그의 작품 생활도 이제 40여년이 넘었다.

1940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 직후 아버지의 고향인 고치현에서 그의 쌍둥이 형인 다시마 유키히코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다.

타마미술대학 도안과를 졸업한 그는 재학중에도 전국관광포스터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손으로 만든 그림책 <시바텐>을 제작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중 1964년 그림책 작가로 <숲 속의 낡은 집>을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비교적 이르게 그림책 작가가 되었으나 지독히 가난했던 작가는 뱀, 개구리 등을 잡아먹을 정도로 혹독히 굶주렸고, 병을 얻어 온몸이 아팠다.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집으로 돌아와 고열에 시달리며,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몇날 며칠을 비몽사몽 헤매고 있을 때, 어릴 적 자주 맡았던 시체 냄새가 스스로에게서 배어 나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지금의 아내인 당시의 여자 친구가 아슬아슬한 순간 작가를 살려냈는데, 그때 그녀가 “지금 뭐 하고 있느냐?”라고 묻자 작가는 “죽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라고 했다.

 

결국, 그 경험은 작가로 하여금, 도시 생활을 하느라 소비되는 돈과 시간에 대해 등을 돌리게 했고,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매진하게 했다.

도쿄 인근의 시골에 자리를 잡고, 나무를 심되 먹을 수 있는 과수만 심었으며, 마당에 잔디 대신 먹을 수 있는 부추를 심었다. 작은 논에서 벼를 재배하고, 몇 마리의 염소와 닭을 길러 생활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생활을 길게 이어 붙임으로써 ‘살아 있는 것과 마주 보는’ 삶을 살게 되자, 잡초, 벌레, 염소, 갖가지 작물이 그림책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됐다.

 

그의 작품은 아이들과 같이 순수하고 청아하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듯, 강하고 간결한 선과 삐뚤빼뚤한 모양새, 제멋대로인 듯한 색칠 등 당시 상업적인 화법과는 매우 색다른 방법을 활용했던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나갔다. 그는 BIB황금사과상을 수상한 후, 자신만의 새로운 화법을 찾으려고 고민했다.

그의 피나는 노력은 <뛰어라 메뚜기>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일본그림책상과 쇼가쿠칸회화상을 수상했다.

다시마 세이조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해서 1990년 일어난 히노데마치 폐기물 처리장의 확대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 주민과 자치단체 간의 힘겨루기는 지금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시마는 1998년 이 운동을 하던 중 처분장에서 나오는 비산에 의해 암에 걸리고 말했다.

 

그 후 그는 이즈반도(일본의 시즈오카 현의 동쪽에 있는 반도지역)로 이주하여 5년 간 나무 열매로 만든 작품에 몰두하여 <얼굴>, <목련아저씨>등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 후 2009년 니가타 현 바치 마을에서 폐교를 단장하여

‘그림책과 나무열매 미술관’을 열고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2007년, 다시마 세이조는 한·중·일 3국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그림책을 제안했다. 그는 당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고, 전쟁을 겪은 마지막 세대로서 증오의 역사를 단절하고 평화의 미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한 '평화의 그림책' 프로젝트는 '기록과 공감 그리고 희망의 연대'를 화두로 3국 12명의 작가가 참가해 공동 출판하게 되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가 그의 작품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남는 그림책을 그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속의 어린아이에게 집중하여,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린다는 다시마 세이조.

 

그의 작품을 보면 펄떡이는 생명력과 소박함, 천진스러움, 유모로 감흥을 일게 한다.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

1. 뛰어라 메뚜기

먹이 사슬을 벗어나려는 메뚜기의 몸부림과 의지를 다룬 이야기이다.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동물들이 무서워서 숨어 살던 메뚜기는 어느 날 단단히 마음을 먹고 대담하게 햇볕을 쬔다. 무서운 뱀에게 들키고, 사마귀도 메뚜기에게 달려든다. 자신의 등에 있는 네 장의 날개가 생각난 메뚜기는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멀리멀리 날아간다. 잠자리나 나비가 메뚜기의 볼품 없는 날개를 비웃어도, 그 날개로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이 멀리멀리 날아간다

 

2. 채소밭잔치

할아버지 밭에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는데 채소를 갉아먹는 무당벌레랑 잡초가

애물단지다. 갑자기 할아버지는 마을잔치가 생각나고 흥겹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잡초도 벌레도 내버려두고 마을 잔치에 간다.

할아버지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채소밭 식구들도 잔치를 벌이는 신나고 유쾌한 이야기다. 어느 날 새벽에 무밭에 가 보니 무가 이슬에 젖은 모습이 하도 섹시해 무한테 말을 걸었단다 “너 밤새 어디 갔다왔니?” “남자친구 만나러 갔다 왔구나 !” 스스로 자연과 하나되어 자연 생명과 말을 걸었던 이야기를 ‘채소밭잔치’에서 하고 싶었다고 한다.

 

3. 쿨쿨쿨

숨쉬는 모든 것들,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까지 모두 쿨쿨쿨 잔다.

표지의 어린아이에서 부터 너구리, 홍학, 박쥐, 양, 호박, 뱀장어, 장난감, 코끼리, 도롱이, 고양이 그리고 뒷표지의 거미까지도 저마다의 보금자리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평화롭게 쿨쿨쿨 잔다. 쿨쿨쿨 글자마저도 제각각의 모습대로 잔다. 배경없는 깨끗한 공간에 오로지 여러가지 생명들의 자는 모습만 강조해서 보여주는 책 쿨쿨쿨.

한국어를 써보지 않았던 작가가 자음, 모음, 받침까지 있는 한글의 특징 때문에 1년여에 걸쳐 쓰고 지우고를 되풀이해서 탄생한 그림책이라고 한다.

원제는 히라가나 ぐうぐうぐう(구~구~구)

 

4. 모기향

구불구불 연기가 가는 곳마다 사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유쾌한 그림책이다. 살아 움직이는 듯 구불구불 날아다니는 모기향의 연기에 모기가 뚝뚝 떨어지고, 꽃이나 모자, 신문 글자나 간판 글자, 마녀와 UFO까지도 뚝뚝 떨어지고 만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모기향을 피워 또 무엇을 떨어뜨릴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독특한 상상의 재미를 담은 그림책이다.

 

5. 염소 시즈카

나호코네 집에 온 하얀 염소 시즈카가 가족과 친해지고, 풀을 먹고 자라고, 말썽을 피우고, 어른이 되어 새끼를 낳고, 새끼를 떠나보내고, 다시 듬직한 시즈카로 돌아와 말썽을 피우는 이야기 일곱 편이 한 권의 책 안에 들어있다.

시즈카(しずか)는 일본 말로 ‘조용함, 고요함’이라는 뜻이다. 매애 매애애 울어 대는 염소에게 “조용!” 하고 소리치다 보니 어느새 시즈카가 이름이 되었다. 시즈카와 가족들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봄부터 겨울, 다시 봄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그림 일기처럼 보여 준 그림책이다. 작가는 실제 시즈카가 발정이 나서 숫염소와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 그림책을 생각했을지 모른다고 한다. 다정한 두 염소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한다. 시즈카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가축이다. 다시마 세이조는 동물을 의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공생관계를 보여준다. 지금은 죽어 복숭아 나무 아래 묻혀 있지만 시즈카 이야기는 ‘시즈카의 재난’(가제) 8편을 준비하면서 계속 진행중이다.

 

6.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아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만드는 「평화그림책」 제5권 째 그림책이다. '나'는 울고 있는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전쟁터에 나갔다가 적의 포탄에 몸이 찢기어 죽고 말았다. 죽어버린 내가 느끼는 세상은 춥고 어둡다. 눈이 없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귀가 없어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나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이유와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그러나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이 주는 보편적 상징성은 강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지만 결말에서 두리뭉실한 느낌이 든다. 누구를 위해 싸우고 누구를 위해 죽는 가 하는 문제는 세대를 넘어 고민하는 부분이기에. 과오를 청산하지 못한 채 부르는 평화는 또 다른 위기로 혼돈을 줄 것이다. 다시마 세이조는 전쟁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고 했다. 이들 작가가 작지만 큰 목소리를 지닌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다른 작품.... 모르는 마을, 마귀와 뚜기,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등..

 

 

※이야기 나누기

다시마 세이조 작품을 본 우리들의 생각...

‥이 작가는 ‘어린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려 그림책을 쓴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어린 나’를 쫓아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소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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